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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 환자를 간호하거나 중환자실(ICU), 응급실(ER) 실습을 나갔을 때 가장 긴장되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의식 사정을 할 때입니다. 선배 간호사 선생님들이 펜라이트 하나로 환자의 상태를 순식간에 파악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죠.
오늘은 신경학적 사정의 꽃이라고 불리는 동공 반사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특히 임상 기록의 표준인 PERRLA의 정확한 의미와, 질환별로 나타나는 특이한 동공 모양까지, 이 글 하나로 완벽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1. 동공 반사의 정의 및 임상적 중요성
동공 반사란 빛의 자극에 의해 동공의 크기가 불수의적으로 조절되는 생리적 반응을 말합니다. 우리 눈은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빛의 양을 조절하는데, 빛이 들어오면 동공 괄약근이 수축하여 동공을 작게 만들고, 어두우면 동공 산대근이 작용하여 동공을 넓힙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눈의 기능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빛을 감지하는 제2뇌신경(시신경)과 동공을 움직이는 제3뇌신경(동안신경), 그리고 이들이 지나가는 뇌간(중뇌)의 기능이 온전한지를 확인하는 아주 중요한 신경학적 검사입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필수적으로 동공 반사를 사정합니다.
▶ 의식 수준의 변화
: 환자가 갑자기 졸려 하거나,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 두부 외상
: 낙상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머리를 다친 환자의 뇌출혈 및 뇌부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행합니다.
▶ 수술 후 사정
: 전신 마취에서 회복 중인 환자의 신경계 회복 상태를 볼 때 사용합니다.
▶ 심정지 및 응급 상황
: 심폐소생술 중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적절한지, 뇌사 상태는 아닌지 판단하는 지표가 됩니다.
2. 동공 정상 사이즈와 크기별 용어
정확한 사정을 위해서는 먼저 '정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펜라이트를 비추기 전, 실내 조명 하에서의 기저 상태를 먼저 관찰합니다.
▶ 정상 동공
: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직경 2mm ~ 6mm 사이를 정상으로 보며,
평균적으로 3~4mm 정도를 유지합니다. 양쪽 크기가 동일해야 합니다.
▶ 축동
: 2mm 이하로 매우 작게 수축된 상태입니다.
뇌교 출혈이나 마약성 진통제 과다 투여 시 나타나는 특징적인 소견입니다.
▶ 산동
: 5mm 이상으로 과도하게 확장된 상태입니다.
아트로핀 같은 약물 투여 시 나타나거나, 심각한 뇌 산소 부족, 뇌사 시에 관찰됩니다.
▶ 동공 부등(짝눈)
: 양쪽 동공의 크기가 0.5mm 이상 차이 나는 경우입니다.
선천적으로 약간 차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갑자기 발생한 동공 부등은 뇌탈출의 전조증상일 수 있어 응급 상황입니다.
3. 질환을 암시하는 다양한 '동공 모양'의 해석
많은 학생들이 크기에만 집중하고 동공 모양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원형이 아닌 찌그러지거나 변형된 동공 모양은 특정 질환이나 외상 병력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 정상 소견 (Round)
: 건강한 사람의 동공 모양은 매끄러운 정원형입니다.
▶ 뇌압 상승 초기 (Oval Pupil)
: 3번 뇌신경이 압박되거나 뇌탈출의 초기 단계에서 동공이 타원형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뇌간 기능 이상을 시사하는 중요한 위험 신호로 즉시 보고가 필요합니다.
▶ 안과 수술 후 (Keyhole / Irregular)
: 백내장 수술, 녹내장 수술 등을 받은 환자는 동공 모양이 불규칙하거나 열쇠 구멍 모양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를 병적인 신경 손상으로 오인하면 안 되므로, 입원 시 간호력 조사에서 안과 수술 이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외상성 손상 (Teardrop / Peaked)
: 안구에 직접적인 외상을 입어 안구 파열이 의심될 때,
동공이 찢어진 눈물방울 모양이나 뾰족한 모양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절대 눈을 압박하거나 억지로 벌려서는 안 됩니다.
4. 정상적인 동공의 반응(PERRLA)과 비정상 반응
간호기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약어인 PERRLA는 정상적인 동공 반응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각 철자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PERRLA라고 정확하게 차팅할 수 있습니다.
▶ P (Pupils) : 양쪽 동공을 관찰함.
▶ E (Equal) : 양쪽 크기가 동일함.
▶ R (Round) : 양쪽 동공 모양이 둥금.
▶ RL (Reactive to Light) : 빛에 반응함. 여기에는 두 가지 반사가 포함됩니다.
- 직접 대광 반사(Direct Reflex) : 빛을 비춘 쪽 눈이 수축함.
- 간접 대광 반사(Consensual Reflex) : 빛을 비추지 않은 반대쪽 눈도 동시에 수축함 (뇌간 교차로가 정상임을 의미).
▶ A (Accommodation, 조절 반사) : 멀리 있는 물체를 보다가 가까운 물체를 볼 때 동공이 수축하고 눈이 안쪽으로 모이는 현상.
(의식이 명료한 환자에게만 검사 가능하므로, 의식 없는 환자는 PERRLA 대신 PERRL 이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
5. 동공 반응의 종류와 표기 방법
동공 반사를 시행한 후 반응 속도와 양상을 정확한 의학 용어로 기록해야 합니다.
▶ 신속한 반응 (Prompt, ++)
: 빛을 비추자마자 동공이 즉시 수축하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기록 시 "Pupil reflex is prompt" 또는 "++"로 표기합니다.
▶ 느린 반응 (Sluggish, +)
: 빛에 반응하여 수축은 하지만 그 속도가 눈에 띄게 느린 경우입니다.
뇌부종이 진행 중이거나 진정제 등 약물의 영향을 받았을 때 나타납니다.
신경 손상의 초기 징후일 수 있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 고정 (Fixed, -)
: 빛을 아무리 강하게 비추어도 동공 크기에 전혀 변화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를 '동공 고정'이라고 하며, 심각한 뇌간 손상이나 뇌사를 시사하는 위중한 소견입니다.
만약 산동이면서 고정이라면 매우 위급한 상황입니다.
▶ 동요 (Hippus)
: 빛을 비추었을 때 동공이 수축과 이완을 리듬감 있게 반복하며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현상입니다.
정상 개인에서도 보일 수 있으나, 뇌간 기능 이상, 약물 영향 등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6. 실제 임상에서 참고하면 좋은 꿀팁
실습생이나 신규 간호사가 PERRLA 및 동공 사정을 할 때 실수하기 쉬운 부분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 어두운 환경 조성
: 병실이 너무 밝으면 이미 동공이 수축해 있어 반응을 보기 어렵습니다.
조명을 끄거나 커튼을 쳐서 약간 어두운 환경을 만든 후 검사하세요.
▶ 빛의 방향
: 환자의 정면에서 빛을 쏘면 환자가 눈이 부셔 눈을 감아버리거나 조절 반사가 개입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펜라이트를 이동시키며 비춰야 합니다.
▶ 안과 병력 확인은 필수
: 앞서 언급했듯 백내장, 녹내장 수술이나 의안을 착용한 환자는 동공 반응이 없거나 동공 모양이 이상할 수 있습니다.
이를 뇌손상으로 착각하여 의사에게 잘못된 노티를 하지 않도록 입원 시 병력을 꼭 확인하세요.
▶ 연속성 있는 관찰
: 한 번의 측정값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입니다. "아까는 3mm Prompt 였는데, 지금은 4mm Sluggish 하다"는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간호사의 핵심 역량입니다.
간호학 공부는 외울 것이 많아 힘들지만, 동공 반사와 PERRLA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바이탈 사인만큼이나 중요한 지표입니다. 오늘 배운 동공 모양의 특징과 반응 종류들을 잘 기억해 두셨다가, 실습 현장에서 멋지게 적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에도 간호사, 간호학과 핵생들을 위한 유익한 정보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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